슬기로운 경제용어 알기 no.51"회색코뿔소"
회색코뿔소(Gray rhino)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경고로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일부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다.
이 용어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이사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코뿔소가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부인해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세계적 경제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꼽힌다.
당시 미국 금융 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되었지만,
그런데도 관련자들이 어떠한 대처도 취하지 않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
SVB파산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원인?
3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금융당국은 SVB를 부실 은행으로 분류하고 단호하게 파산 조치했다.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SVB 파산 과정에서 회색 코뿔소는 고금리였다.
미국은 지난 1년간 긴축을 지속해오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고, SVB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SVB 파산과정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 고객들의 예치금으로 국고채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문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부터 발생하였다.
통상적으로 국고채 투자를 통한 수익은 기준금리와 반비례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익이 하락하고 낮아지면 오른다.
SVB의 투자 전략은 저금리 시기에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SVB는 장부상 손실을 보면서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VB에 돈을 맡긴 기업 고객들이 고금리로
자금난을 겪으며 예치금을 대거 빼면서 SVB가 파산하게 된 것이다.
미국 내부에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히 금리를 올린 것이 실물경제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23 미국경제학회(AEA)’에서
“고물가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연준 무기(통화정책)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